알코올 의존증, 개인만의 문제일까? 가족 모두의 문제일까?
“술을 끊겠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결국은 다시 마신다.”
“가족들은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다그쳐보고 설득하지만 소용이 없다.”
"이런듯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덧 가족들은 지쳐간다."
이렇듯 알코올 의존증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치며, 때때로 공동의존(Co-dependency)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생소한 단어인 공동의존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1. 공동의존의 시작
알코올 의존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음주에 대한 충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독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알코올 의존증의 문제는 단순하게 술을 마시는 당사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지켜보는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나도 모르게 함께 같이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 가족들은 중독자가 술을 마시는 것을 막으려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중독자가 가족에게 의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강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독자가 술을 마신 후에 자신의 처지에 대해 변명하것을 이해해준다거나, 중독자의 음주로 발생한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가족이 대신 져주는 행동이 반복되면, 결국 중독자는 자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 중독자 가족들이 정신적으로도 피로해지고 감정적으로 지치게 되지만 나만이 중독자를 이해할 수 있고, 나는 가족으로서 중독자를 떠날 수 없다고 느낄 때 공동의존이 시작됩니다.
2. 공동의존(Co-dependency)이란?
공동의존이란,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지나치게 통제하려 하거나, 타인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짊어지며 희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알코올 중독자 가족의 공동의존 대표적인 특징
- 중독자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 함
- 중독자의 감정과 행동에 가정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영향을 받음
- 자기희생을 통해 나 스스로 인정받으려는 심리가 강함
-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지 못하여 자신의 정신적, 정서적 행복을 결국 상대방에게 의존하게 됨
3. 알코올 의존증과 공동의존의 관계
가족들은 중독자가 술을 끊도록 돕고 싶어 하지만, 때때로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없으면 이 사람은 무너질 거야.”
“이 사람이 술을 마시는 건 내 책임이야.”
“내가 노력하면 분명 달라질 거야.”
이런 생각들은 가족이 중독자의 문제를 떠안게 만들고, 결국 스스로를 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4. 사례 : 공동의존의 악순환
📌 사례 1: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 상황
A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술을 마신 후 폭언을 하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이 잦다. A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행동을 계속 변명하고 감싸주며, 가족들에게 "아버지가 힘들어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와도 크게 불평하지 않고 다음 날 아버지가 숙취로 고통스러워할 때면 해장국을 끓여준다.
🔹 공동의존적 행동
- 아버지가 술을 끊도록 강하게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변명해 주거나 다음날 해장국을 끓여줌.
- 술을 마셔도 문제가 생겨도 어머니가 수습.
- 본인의 감정(화남, 슬픔, 좌절)을 무시하고 아버지의 감정을 챙기는 것이 우선.
🔹 결과
어머니의 이러한 행동은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버지는 술을 마셔도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신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점점 지쳐가지만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고 행동한다.
📌 사례 2: 장남과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
🔹 상황
고등학생인 B는 어머니가 술을 자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어머니는 술을 마시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때때로 울면서 B에게 힘든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장남인 B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어머니를 위로해 주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동생들을 챙겨왔다.
🔹 공동의존적 행동
- 자신보다 어머니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김.
- 어머니가 괴로워할까 봐 자신의 힘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함.
- 동생들을 돌보며 부모 역할을 대신 함.
- 나중에 자신의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의 감정만 우선시하는 성향을 가짐.
🔹 결과
B는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어머니를 돌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다.이것이 계속 지속될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하며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해 정서적으로 지치고 공허함을 느낄 수도 있다.
📌 사례 3: 아내와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
🔹 상황
C는 남편이 알코올 중독임을 알지만 이혼을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이 술을 마신 후 폭력적으로 변해도 "그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야, 술이 문제야"라며 합리화한다. 술로 인해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지만 남편 대신 돈을 벌고 가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 공동의존적 행동
- 남편이 술을 끊도록 강하게 요구하지 않음.
- 경제적, 정서적 책임을 혼자 떠안음.
- 남편이 술을 마셔도 변명하고 감싸줌.
-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편의 문제를 숨기며 체면을 지키려 함.
- 남편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도와주지만 본인은 점점 지쳐감.
🔹 결과
이러한 행동은 남편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도록 만들며, 결국 알코올 중독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C는 스스로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 사례의 공통적인 문제점
- 가족이 중독자의 행동을 책임지고, 중독자가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막는다.
- 스스로를 희생하면서도 사실은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 자기 감정을 무시하고 타인의 감정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 결국 중독자의 회복을 돕기보다 오히려 중독이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함.
5. 중독자 가족의 공동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1) 자기 돌봄(Self-care)의 중요성
공동의존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과 건강에 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중독자의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다는 스스로의 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심리치료 및 상담 활용하기
가족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결코 ‘패배’가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관계를 되찾기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심리 상담이나 중독 치료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3) 건강한 경계 설정하기 (Boundaries 만들기)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행동까지 감당할 수는 없어."
이처럼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술을 마시는 행위를 이해해 주거나 그에 대한 책임을 대신 떠안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서포트 그룹 참여 (예: 알코올 중독 가족 지원 모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룹에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6. 도움이 될 만한 기관
1.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A.A.)
A.A.는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경험과 희망을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참여를 통해 단주와 회복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 웹사이트:
- 전국 모임 일람표:
2. 알코올 중독자 가족 모임 (Al-Anon)
Al-Anon은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지하는 모임입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어려움을 나누고, 건강한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 웹사이트:
3.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알코올, 도박, 약물 등 다양한 중독 문제에 대한 상담, 치료, 재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전국에 여러 센터가 운영 중이며, 거주 지역의 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센터 목록 및 연락처:
4. 우리중독상담센터
우리중독상담센터는 알코올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전문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개인 상담, 그룹 치료, 가족 상담 등을 통해 회복을 지원합니다.
- 웹사이트:
5.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알코올 중독의 치료 방법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알코올 중독 치료 정보:
이러한 기관들을 활용하여 알코올 의존증과 공동의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필요한 지원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전문가의 도움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모임 참여는 회복 과정에서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한 첫걸음
가족들은 중독자를 돕고 싶어 하지만, 때때로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자신을 잃어버린다면 결코 중독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도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나 내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공동의존을 인식하고, 건강한 경계를 설정해야하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족 모두가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건강해져야 중독자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명심하고 나를 먼저 돌아보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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